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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난도의 위대한 귀환_난도 파라도 저




 철학과 종교를 넘은 최고의 휴먼 드라마

칠레 여행을 다녀오신 'Net Mate' Filldream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난도의 위대한 귀환>
내용은 에단 호크 주연의 영화 <Alive>를 통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우루과이 럭비 선수팀의 안데스 산맥 조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1972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30년이 더 지난 후 당시 '탈출 원정대' 리더였던 난도 파라도가 조난의 참상과 탈출 경위를 비롯해 생존자 하나하나의 감정까지 느끼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실화라는 배경과 비록 번역문이지만 문장이 주는 힘이 엄청 나서, 눈을 감으면 하얀 설원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실감이 났다. 



10일에 걸쳐 해발 5000미터의 고산 길 100킬로미터를 걸어갔다는 주인공.





<줄거리>

1972년 당시 20살이었던 난도는 어릴 적 부터 함께 럭비를 해 온 올드 크리스천 클럽 선수들과 함께 친선경기를 하기 위해 칠레행 페어차일드 기를 타고 있었다. 휴가 차 떠난 비행이었기에 난도의 어머니와 여동생 수지도 함께 동행하였다. 악천후에도 비행을 강행하며 안데스 산맥을 넘어가던 중 페어차일드 기는 산 중에 추락하고 만다. 추락 당시 난도의 어머니는 즉사했다. 중상을 당했던 여동생도 추락 8일째 되던 날 세상을 떠났다. 가장 친한 친구 귀도와 판치토도 죽었다. 난도는 머리가 깨져 3일 동안 의식 불명의 상태였다. 의식을 회복한 후 그에게 찾아온 것은 영하 40도에 가까운 살인적인 추위,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힐 정도의 희박한 공기, 타는 듯한 갈증 그리고 고개를 제쳐야만 볼 수 있는 눈 덮인 봉우리들.
무엇보다도 풀잎 하나 없는 겨울 산중에서 그들은 불가피하게 사망자의 인육을 먹어야 했다. 급기야 칠레 정부의 수색 활동은 중단되고 몇 차례에 걸친 자체 등반 시도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설상가상, 눈사태가 생존자들을 뒤덮어 버렸고 차가운 백색의 세계는 그렇게 생존에 관한 아무런 단서도 내놓지 않았다.
결국 45명의 탑승자 중 16명만이 삶을 허락받았고, 허락된 삶의 시간마저 그리 길지 않았다. 그 공포와 절망,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난도는 삶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저 산 너머엔 매일 밤 고통으로 지새울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었다. 난도는 친구 로베르토와 해발 5천 미터의 겨울 안데스를 넘어 칠레까지 도보로 가는 대원정을 단행했다. 추락 현장에서 칠레 로스 마이테네스에 이르는 100킬로미터를 걸어와 구조 요청에 성공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위대한 인간 영혼의 힘은 16명의 생존자를 구해냈다. 
                                                                                                                                      -YES24 책 소개 중에서-


불시착한 채 얼마 남지 않은 동체와 생존자들(난도의 구조 헬기가 도착할 당시 헬기 안에서 촬영한 사진)
이 정도의 공간이라도 있었기에 생존자들은 지옥과 같은 설산에서 72일을 버틸 수 있었다.


난도와 함께 한 유일한 <서쪽 최후 원정대원>이었던 로베르토의 구조 장면
  



난도의 이야기를 담았던 영화 <Alive>



 Larry's Choice  ★★★★★      힘들고 지친 그대에게...

참사가 벌어진 지 30년이 지난 지금, 난도는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철물 도매상을 물려받아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는 취미로 시작한 카레이싱으로 대회에서 수상도 하였고, 사고 이후 많은 단체에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사건을 정말 놀라울만큼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사실에 대한 나열과 자기 방어 일색으로 쉽게 쓰여진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인간 본연의 동물적 생존 본능과 이성의 충돌, 그리고 대자연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존재로 느껴지는 상실감 등을 침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잘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가 이루어 낸 것은 말 그대로 <인간 승리>이며, 진한 동료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 극기의 결과였으리라 생각된다.
특히, 그가 넘어야 하는 5000미터 안데스 산맥이라는 커다란 목표 앞에서 바로 눈앞의 바위, 그 위에 그림자 등을 세부목표로 삼으며, 커다란 장애물을 작은 목표들의 합으로 나누어 달성해 나간 모습에서 많은 공감과 감탄을 느꼈다. 누구나 본인이 엄두도 내지 못한 커다란 위기나 장애물 앞에 서게 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독버섯처럼 번질 것이다. 그럴 때 자기 <마음의 소리>를 귀담아 들으면서, 스스로가 이 순간을 극복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나간 난도의 위대한 도전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지쳐 있다고 느낄 때, 힘들다고 느낄 때, 다시 한번 펼쳐 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