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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삼성을 생각한다_김용철



인상깊은 구절 : 2조원으로 全 국민들에게 냉장고 공짜로 사줘서 LG를 망하게 해라!(이건희 어록 중)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읽었다.
야근, 운동 후 피곤한 몸에도 단숨에 읽혀 내려간 책이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배우기 위해 검찰 다음으로 망하지 않을 기업, '삼성'을 선택했는데
저자가 알고 있던 삼성에 대한 이미지가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고,
본인 고백처럼 <TV속 삼성 기업 광고 이미지>만큼만 인지하고 있던 자신에게 무척이나 화가 난다고도 했다.

내용은 주로 <양심고백>을 하기까지의 과정과
<양심고백> 내용 이외의 저자가 7년간 근무하며 보고 경험한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나열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쩌면 저자는 김용철 변호사가 아니라 삼성과 삼성 오너 패밀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무런 양념없이 보고 들은 내용에 대한 기록일 뿐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너무나 비겁하고, 너무나 역겨운 비리들의 종합본.

△ 돈 주는 삼성, 돈 받는 검찰
△ 청탁의 나라
△ 노통도 삼성 품에
△ 결혼 축의금도 못내는 이재용
△ 이건희 생일축하공연 거부한 나훈아
△ 100만원 짜리 옷을 어느 대중이 입겠냐는 이서현
△ 경영능력 의심스러운 3세대
△ '누구는 오줌 안 마렵나' 의 이학수

내가 나름대로 소제목으로 지어보았다.
검찰 조직은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이며, 청탁과 골프접대는 동의어다.
삼성 특검 도입은 노통의 親삼성(or 近삼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며,
로열 패밀리들의 생활상은 실소가 절로 나오는 것들이었다.
이재용은 적정한 결혼축의금 수준을 모르고 있으며,
유럽 귀족을 선망하는 이건희는 생일잔치도 호사스럽게 여는데,
유일하게 나훈아 만이 '자신의 공연을 보고 싶으면 공연장에서 표를 구입하라'고 일갈했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제일모직의 이서현 전무는 100만원 짜리 싸구려 옷을 누가 입겠냐고 얘기한다.
(그런 그가 최근 로가디스 유통을 road shop으로 확장한 것은 고무적이다.)
특이한 삼성 조직 구조도 인상적이었다.
구조본 과장에게 윤종용 부회장도 수백만원짜리 옷을 선물하며 로비해야 했다니 '실'근무자는 천하를 얻은 느낌이었을거라
추측해본다.
회의 위원장인 윤종용 부회장이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서자 '누군 오줌 안 마렵나'라고 빈정거리던 이학수 '실장'도
특이한 조직 구조때문에 탄생한 것 같다.

저자는 본인의 개인사도 몇 chapter에 걸쳐 다루고 있다.
검사 신분에도 월급을 수사비로 쓰는 바람에오랫동안 처가에 손을 벌렸던 일,
검찰 내부에서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윗물과 아랫물의 대비, 개인적 고뇌와 갈등 등이다.
개인사를 모두 믿을 수는 없을 테지만,
이 시대 지성인, 권력기관의 일원으로써 일종의 책임감과 자기반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너무나 먼 이야기들이지만,
조금만 돌려 보면, 지금 내 주위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학수.김인주의 Role Model이 마냥 손가락질 받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를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책이다.
아울러, 대학생, 신입사원들은 차라리 안 읽는게 더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더러운 것은 나중에 봐도 늦지 않으니까...


덧. 삼성을 생각한다 2권도 구입했다. 2권은 김어준 총재와의 인터뷰만 보면 될 것 같다.
     그 내용만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구입하지 않음이 더 낫지 싶다.